예쁜 가을뜨락과 친구들

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/ 김현태

가을뜨락(선) 2011. 8. 13. 21:30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/ 김현태


누군가가 그랬습니다
인연이란
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
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
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
그것이 인연이라고

누군가가 그랬습니다
등나무 그늘에 누워
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
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
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
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
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
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

누군가가 그랬습니다
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
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
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
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

누군가가 그랬습니다
인연은
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
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

누군가가 그랬습니다
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
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
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

눈 내리는
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
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
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
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


시집 [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] 中에서

 


Summer Snow - Sissel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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