바람이 간다.
파도를 싣고와 던져놓은 자리에는
진한 소금물 되어
수많은 아픔으로 쩌들어 가고
가슴 저리는 숱한 애끓는 이야기들이
바위의 모서리를 깎았다.
바람이 간다.
네가 머물며 흔들어 놓은 자리에
언제 다시 설 수 있으려나
동백의 꽃잎은 아직도 피기 이른데...
다시 설 때는
이런 저런 아픔이 바람타고 날려가고 없으려나
그물치던 손끝의 아픔도
바위속 들추던 두꺼운 손까풀도
그리고
바위에 서성이던 이 마음도
동백피고 엷은 바람이 불면
아픔이야 작은거라도 날려가 버릴까
바람이 간다.
네 곁에 내가 서성이며 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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